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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제 85 호

이슈와 현장
노동자가 케이블에 액세스 한다는 것

 

[ACT! 85호 이슈와현장 2013.09.09]
 
노동자가 케이블에 액세스 한다는 것
 
이혜린(청주 생활교육공동체 공룡(kinhohp@paran.com))
 
 
노동영상, 이번엔 케이블 방송사 시청자참여프로그램 불방
 
  이 글의 제목 ‘노동자가 케이블에 액세스 한다는 것’은 2005년 [ACT!]에 실린 ‘노동자가 공중파에 액세스 한다는 것’에서 단어 하나 바꾼 것이다. 2005년 6월, 그리고 2013년 6월. 충북 지역의 노동 사안을 담은 영상이 2005년 6월에는 KBS <열린채널> 방송보류 판정, 그리고 2013년 6월에는 충북지역 케이블 방송사인 현대HCN충북방송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시청자 VJ세상> 불방 판정을 받았다. 노동자들이 만든, 노동조합 얘기는 주관적이고. 사측에 맞서는 사안은 법적 다툼의 가능성이 있어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성격에 맞지 않다는 '그들의' 주장은 8년 전이나, 지금이나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노동 사안을 다룬 영상은 시청자참여프로그램에 ‘참여’하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 <타겟, 유성지회의 두 번째 봄>(2013) 의 한 장면
 
 
<타겟, 유성지회의 두 번째 봄>은   
 
  <타겟, 유성지회의 두 번째 봄>(이하 <타겟>)은 충북 지역의 복수노조 문제와 유성기업 투쟁을 다룬 영상으로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및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와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이 공동으로 제작한 영상이다. 이 영상은 전국 퍼블릭액세스네트워크 ‘복지갈구 화적단’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되었고, ‘복지갈구 화적단’ 팟캐스트를 통해 방송되었다. 유성기업 사태와 복수노조 문제는 충북 지역의 중요한 노동현안이기 때문에 보다 많은 사람들과 이 영상을 공유하기 위해 지난 6월 19일, 지역 케이블방송사 현대HCN충북방송이 운영하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시청자 VJ 세상>에 방송신청을 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타겟, 유성지회의 두 번째 봄>은 ‘불방’이다. 무려 3개월 가까이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은 그렇다. 
 
▲ HCN충북방송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시청자VJ세상>
 
   현대HCN충북방송에서 이야기하는 불방 사유는 ‘노사 양측이 첨예하게 맞서는 사안의 경우, 주관적인 편집과 멘트는 명예훼손 등 법적인 다툼이 있다’는 것이다. 방송사 담당자와 의 전화 통화로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취지에 대해 아무리 설명을 해도, 그렇다면 <타겟>에서 ‘주관적이다’라고 판단한 부분이 어딘지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 달라 질의서를 보내도, ‘불방’ 결정에 대해 이의제기할 절차가 있느냐 문의를 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7월 한 달 간 미디어운동단체, 영화 및 문화단체, 언론운동단체, 노동단체 등을 통해 7개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보도자료를 발송했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반응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타겟>의 방송을 요청하는 서명과 인증샷을 받고, 일인 시위를 하고, 현대HCN충북방송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지만, 방송사는 ‘우리는 할 말 없다’로 일관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문의를 해도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편성권은 해당 방송사에 있다’라는 대답뿐이다. 
  이렇게 3개월이 지났다. 현재 <타겟> 제작단위는 이번 사태와 관련, 방송통신위원회에 민원 접수를 준비 중이고, 지역 대책위를 구성(현재 27개의 충북시민사회단체로 구성), 지역 대책위 차원에서의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시점이다. 
 
  
▲ <타겟> 불방 판정에 반대1인 시위(왼쪽) 및 HCN충북방송 방송 채택 결과 통지서(오른쪽)
 
 
  <타겟>을 제작한 유성기업, 콘티넨탈, 보쉬전장의 노조원들.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터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상에 대해 ‘주관적이다’, ‘법적 다툼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방송불가를 주장하는 현대HCN충북방송. 이에 항의하고 방송을 요구하는 싸움이 이렇게 진행 중이다. 이와 동시에 일터 구석구석에 CCTV를 설치해서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그렇게 불법 채증한 영상 등을 거리낌 없이 징계와 소송에 활용하며 일상적으로 노동조합을 통제, 탄압하는 회사. 바로 지금 유성기업, 콘티넨탈, 보쉬전장 노조원들의 지금의 상황이다. 기업은 법 따위 아랑곳없이 노동자들을 CCTV로 감시하고,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은 기업에서 제기할 법적 다툼의 가능성을 이유로 노동자들의 방송 ‘참여’와 ‘접근’을 막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CCTV에나 나오라는 건가? 감시와 통제의 갇힌 시선이 아닌, 자신의 시선으로 스스로 이야기하는 노동자의 모습,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통해서 보기는 이렇게 힘들 수밖에 없는 것인가?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심의, 편성권을 가지고 있는 방송사들이 노동 사안에 대한 의견의 주관성을 문제 삼아 방송을 불허하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방송사가 객관성을 잃고서 노동자에 대한 색안경을 끼고 노동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지, 그리고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색안경을 끼도록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 <타겟> 불방 판정 항의 활동
 
 
노동자가 시청자참여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것 
 
  주류 미디어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가 직접 전달되는 통로라는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 하지만 여전히(혹은 앞으로 점점 더) 권력과 자본의 눈치로부터 전혀 자유롭지 못한 허울뿐인 '참여프로그램'의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참여'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특히나 노동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려고 할 때 마다 득달같이 방송의 공정성, 객관성, 법 운운하며 노동자들의 입을 막으려고 하니 제대로 '참여'하기 위해 늘 싸워야만 한다. 
  <타겟> 제작진은 계속 싸울 것이다. 혼자 싸우지 않고 현장의 노동자들과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싸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혹여 <타겟>이 방송이 안 되더라도 우리는 노동 사안을 다룬 영상을 지역에서 계속 제작할 것이고, 다시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통해 방송하기 위해 싸울 것이다. 이 싸움의 과정이 우리의 퍼블릭액세스 활동에 대해 내부적으로 점검하는 기회가 된 것은 분명하다. 함께 싸우는 과정에서 우리가 만나는 현장의 사람들, 단위들에게 퍼블릭액세스 활동에 대한 관심과 문제의식의 공유의 기회가 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 싸움의 경험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이 남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 <타겟> 불방 판정 항의 이미지
 
  교육이든 제작이든 미디어활동을 통해 지역 사안, 현장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퍼블릭액세스, 미디어를 통한 ‘소통’을 이야기할 때, 혹여 ‘소통’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환상을 우리 스스로는 갖고 있지 않는가라는 고민이 드는 요즘이다. 
  결국 ‘소통’을 고민할 때 가장 크게 고려되어야 하는 지점은 ‘소통’을 둘러싼 권력관계이다. 권력관계가 다를 때 동등한 발언의 기획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 권력관계가 전제된 상태에서의 상대적 약자들의 목소리는 외면당하기 쉽다는 ‘소통과 참여’의 한계들을 미디어교육을 하면서, 미디어제작을 하면서 우리는 간과하고 있진 않았을까. 
  연행과 구속, 해고, 당장의 생계 위협까지 각오하고 파업농성을 벌이고 목숨을 걸고 싸우면서도 사회적 발언의 기회를 얻기 힘든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노동 사안을 다룬 영상의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불방은 어쩌면 우리가 넘어서야할 당연한 현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건 우리가 자칫 시청자참여프로그램, 퍼블릭액세스라는 형식적 소통의 틀 안에 머물러 이를 둘러싼 권력관계와 환경을 재구성하려는 노력을 놓치고 있진 않은가라는 자기반성일 것이다. 이번 싸움을 통해 우리가 고민하게 되는 지점, 소통이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은 강력하지만 소통의 ‘바깥’을 함께 살피는 일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 우리가 미디어운동을 하면서 가져가야 할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결론이 아닐까. □ 
 
* 관련사이트
HCN충북방송 시청자참여프로그램 <타겟, 유성지회의 두 번째 봄> 불방 항의 까페
 

[필자소개] 이혜린

- 저는 청주에 있는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에서 교육과 관련된 일들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공부해서 용 되자’의 줄인 말인 공룡. 저희는 청주시 사직동이라는 동네에 살면서 서로 하고 싶은 것과 필요한 것을 찾고, 배우고, 가르치고, 만들어가는 과정을 함께하는, 그게 공부라고 생각하는 생활교육공동체인데요. 그래서 같이 농사도 짓고, 밥도 해 먹고,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고 이것저것 재밌고 필요한 걸 만들기도 합니다. 미디어활동과 관련해서는 공동체미디어교육을 중심으로 지역 청소년, 노동자, 사회단체 활동가 등을 만나고 있으며, 팟캐스트 방송 <복지갈구 화적단 - 너네 동네 살만하니?>(2012년 4월~현재) 제작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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