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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미디어 운동 저널 제 56 호

미디어현장
이제, 열 살인걸요 : 한국독립영화협회가 10주년을 맞았습니다.
ACT!를 평가하자!

이제, 열 살인걸요 .

-한국독립영화협회가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이지연/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10주년입니다.

독립영화가 10주년이 된 것은 아닙니다. 한국독립영화협회가 10주년이 되었습니다. 유독 올해는 10살 생일을 맞이하는 독립영화단체가 꽤나 있습니다.

 

총회가 끝나자마자 이런저런 기획들이 만들어집니다. 해야 할 것도 많고 할 일도 많고

뭐, 재미나게 되지 않을까 기대도 했습니다.

 

10주년, 10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10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앞으로 10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독립영화 말입니다.


'독립영화야, 독립영화야. 니가 그냥 알아서 잘 살아주면 안되겠니?
'독립영화야, 솔직히 난 네 이름의 의미조차 헷갈리는 상태란 말이다.
'독립영화야, 건방지게 어찌 니 이름엔 독립이 붙었단 말이냐.

 

얼마 남지 않은 9월 18일. 행사를 치러내기는 자신 있습니다, 고민이 부족합니다. 행사를 치루기 전 고민이 필요합니다. 고민은 고개를 숙이고 앉았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 그겁니다.

 

'젠장, 이럴 때 사무국에 있어가지고!

'젠장, 이럴 때 사무국장이여가지고!

 

조언과 걱정과 응원이 많습니다. 그 중 어떤 말을 취하고 어떤 말을 버리며 진짜를 가려내고 방향을 잡아야 할까요. 기획안 한 장 쓰고, 보고서 한 장 쓰면 해결되는 일도 아니라서, 정작 큰 그림은 못 그리고, 큰 판을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 글은 2008년, 6월 18일 일기장에 적힌 말입니다. 일기장에 일 이야기 따위는 적지 않겠다, 다짐을 했건만, 9월 18일 한국독립영화협회 10주년을 남겨놓고 어지간히 머리가 아팠나 봅니다. 9월 18일이 한 달 이상 지난 지금, 저 날의 두통은 사라졌습니다.

 

네, 지난 9월 18일은 한국독립영화협회 창립 10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행사는 비록 3일간 진행되었으나 그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지난해 조직개편이 있었고 그로 인한 세분화가 여전히 진행되는 가운데 신임 사무총장과 신임 사무국장은 10주년이라는 거대한 과제 앞에 ‘얼음'상태였습니다. 한독협 10주년이란 것이 단순히 자축만 할 수 있는 ‘사건'은 아니며, 준비하는 행사에는 10년간의 성과정리와 앞으로 과제에 대한 세심한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또한 한독협은 회원들로 구성된 단체로 회원들의 의견수렴이 절실히 필요한 작업이었고 외부에서 바라보는 한독협의 위치와 앞으로의 방향을 놓고 부담스럽고 혼란스러운 마음이 공존했습니다. 정리되지 않은 사무국 상황과 ‘모든 이'가 처음으로 맞는 한독협 10주년. 교체된 정권으로 불안정한 시국과 들불처럼 일던 촛불상황 가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9월 18일 한독협 10주년은 회원 분들의 관심과 도움, 연대단체들의 지지와 응원으로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와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진행되고, 마무리되었습니다.


옴니버스 <내 안의 영화>, 다큐멘터리 <바람이 불어오는 곳>

‘처음 영화를 만들던 마음으로'라는 단순한 발상으로 제작비 10만원만 딸랑 주고 영화를 만들어내라, 회원들을 독촉했습니다. 초기부터 활동하던 회원과 최근 가입한 회원 6인이 모였고(김권, 김경수, 안슬기, 임창재, 유종미, 윤지석) 극분과 운영위원인 고영준PD와 민동현감독이 프로듀서로 총대를 멨습니다.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의 장비지원과 감독들의 열정(사비)이 더해져 그럴듯한 옴니버스 영화가 만들어졌습니다. 한독협 10주년이라는 의미를 넘어 영화적인 사유와 감독마다의 개성이 고스란히 서린 한편 한편을 볼 때 묵직한 울림을 받았습니다.

 

또한 1년여를 해외에서 보내고 돌아온 이마리오감독에게 덜컥, 다큐멘터리연출 제안을 했습니다. 프로듀서 분과 운영위원인 김일권PD와 이상엽PD가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한독협 다큐분과 회원들과 미디액트 수료생들의 고생으로 장편다큐로서는 단기간인 5개월여 만에 영화가 만들어졌습니다. 11년 전 <변방에서 중심으로>를 추억하고 그 의미를 되새김하고 있는 많은 분들은 독립영화인 6인의 일상을 담은 이 작품의 말랑말랑함에 대해 우려를 보내셨을 겁니다. 특유의 대범함을 지닌 이마리오감독일지라도 그 많은 말 가운데 헤아릴 수 없는 검은 밤을 하얗게 샜으리라 짐작합니다. 그러함에 다큐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다큐제작에 참여한 모든 스텝들의 진심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실 테지만 공동 작업이라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 중 겪는 여러 시행착오는 오해를 낳기도 하고 지치게도 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으로 완성된 위의 영화들은 큰 의미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적인 의미와 더불어 참여한 회원들과 독립영화인들의 유대감, 상영 후의 오고 간 의견들은 독립영화에 또 다른 활력과 힘을 불어넣어주겠지요. 짧은 행사일정으로 단 2회씩 밖에 상영되지 못했으나 12월에 열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되니 아직 보지 못한 분들은 함께 하시면 좋겠습니다.

 

‘독립영화! 새로운 10년을 기획하다'

전체 행사 슬로건이기도 했던 ‘독립영화! 새로운 10년을 기획하다'라는 주제로 총 3회의 포럼이 열렸습니다.
1부 '한국독립영화협회, 10년의 역할과 앞으로의 과제'는 시민사회단체로서 그동안 한독협이 수행해 왔던 역할에 대해서 평가해보고, 앞으로 역할에 대해 경청할 취지로 기획되었습니다. 전 한독협 사무차장이기도 한 김연호(뉴미디어페스티발 집행위원장)의 발제는 한독협을 다각적인 면에서 평가하고 있으며, 사회문화 운동을 함께하고 있는 문화연대의 이원재(문화연대 사무처장)는 ‘한독협의 불온한 여행이 더욱 더 열정적이기를 기대'하며 시민사회단체로서의 한독협 역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여기에 앞으로 10년을 고민하는 고영재 사무총장의 발제가 보태어졌습니다.

 

2부 ‘독립영화, 새로운 10년을 위한 준비'는 최근 독립영화들에서 보여지는, 경계되어야 할 경향들에게 대한 남다은(영화평론가)의 발제와 여태까지와 다른 독립영화의 의제설정이 필요하다는 원승환(독립영화 배급지원센터 소장)의 발제, 맹수진(영화평론가), 윤성호(독립영화감독), 허 욱(용인대학교 영화영상학과교수)의 토론으로 흥미로운 포럼이 진행되었습니다.

 

3부는 영화진흥위원회 4기가 구성되고 다양한 변화를 맞고 있는 현 상황에서 '독립영화와 공공영역 : 영상문화진흥정책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방향성'이란 주제로 고영재(사무총장), 김명준(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소장)의 발제와 최현용(영화인회의 사무국장)의 토론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공공영역 안에서 진흥정책이 어떻게 사고되어야 하고 진행되어야하는지 중요한 질문을 갖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3일간 진행된 포럼에 참석한 인원은 편차가 있었지만 이날 오갔던 이야기들은 앞으로 한독협의 역할과 사업방향에 큰 지침이 될 것입니다. 또한, 독립영화인으로서 많은 고민을 하게했던 포럼들입니다.

 

이외에도 10년 전 한독협 집들이에서 축문을 낭독하던 김동원감독님(지금보다 조금 더 젊은)이 등장하는 기념영상, 그 영상을 만들어준 양해훈감독과 기념식을 흥겹게 열어준 풍물패(다큐분과 회원들이 주축이 된)는 10주년을 풍성하게 자축하게끔 했습니다. 비평분과에서 준비 중인 ‘올해의 독립영화, 올해의 독립영화인'에 대한 인터뷰, 비평집 또한 조만간 발행될 예정입니다. 위의 사업들은 독립영화인들의 애정으로 그 어떤 대가없이 이루어졌습니다.

 

사업과 행사는 끝났지만 그 사업들은 더욱 많은 숙제를 남겨놓고 있습니다. 10주년 사업 전의 두통은 사라졌지만 이 사업들의 정리와 앞으로의 활동방향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이어가야겠지요. 제작, 배급, 정책, 독립영화를 둘러싼 정세와 더불어 독립영화인들간의 연대, 한독협의 안정적인 재원확보 등 좀 더 정교하고 세밀함을 필요로 하는 때인 것 같습니다. 또한 10년 동안 한결 같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선배 활동가분들과 이제 시작하는 활동가분들, 그 분들이 독립영화라는 이름아래서 소비되어지지 않고 지치지 않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올해는 많은 독립영화단체들이 열 살을 맞았습니다. 그 중 정동진독립영화제도 지난 8월, 열 살이 되었습니다. 정동진독립영화제 프로그래머인 박광수 사무국장(강릉씨네마떼끄)은 10주년을 축하하는 이들에게 “우린 아직 10년밖에 안됐어요.”라고 합니다. 그러게요, 이제 열 살인걸요. 더 많은 친구가 필요한 지금, 현재의 친구들과 함께 이십년, 삼십년 후에는 더 깊고 폭넓은 이야기를 여유롭게 나누게 되길 기대합니다.
이제, 열 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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