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넘어져도 괜찮아,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도전!
- 극장도 있는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재미'에서 열린 세미나 참관기 -
준혁(ACT! 편집위원회)
지난 10월 21일(금)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재미’(이하 익산센터)에 다녀왔습니다. 이날 익산센터에서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지원정책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세미나가 열리기 전, 서정훈 익산센터 사무국장님과 함께 공간을 둘러볼 수 있었는데요, 정말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맨 처음 내려간 지하 1층에는 와~ 극장이 있었습니다! 장애인을 위해 극장 중앙을 휠체어 전용 공간으로 설계한 건 정말 감명 깊었습니다.
2층에는 편집교육실과 스튜디오가 있었습니다. 아, 너무 초보 활동가티를 내는 건지, 스튜디오가 있다는 게 매우 신기했습니다. 카메라, 조명, 종합편집실…… 이곳에서 <할매하나씨세상>이나 <익산을 말한다> 등의 익산 지역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이 제작된다고 하네요.
미디액트에는 없는 스튜디오와 극장 정말 부러웠습니다.
3층에는 이날 세미나가 열리는 대강의실이 있었고요, 대강의실 밖으로 나가면 널찍한 발코니에 나무침대도 있어서 쉬기 참 좋더군요.
두리번두리번 센터 구경이 끝나고 드디어 본격적인 세미나 준비에 나섰습니다. 커다란 플랜카드를 대강의실 앞 중앙에 잘 보이도록 걸고, 책상 줄도 맞추고, 밖에 과자도 갖다 놓고, 발제자와 토론자들도 한 분 두 분씩 오시고, 드디어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재미
이번 세미나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지원 정책의 변화와 이러한 변화들이 미칠 영향을 함께 점검하고 바람직한 지원 정책의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먼저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지원 정책의 변화를 공적 기금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시청자의 방송 참여를 보장한 통합방송법이 제정된 2000년 이후 KBS <열린 채널>, 시민방송 RTV, 지역 케이블과 지상파방송에서 이뤄진 퍼블릭 액세스 사례를 훑어보았습니다. 최영묵 교수는 신군부가 조성한 ‘공익자금’에서 2000년 ‘방송발전기금’으로, 다시 2008년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변하는 동안 기금 명칭뿐만 아니라 기금의 성격과 담당 정부 조직도 변화했다는 사실을 분석했고, RTV 지원 삭감, 공익채널 탈락, PP공모제 강행, 시청자 지원 제도 미비 등 현재 벌어지는 정부의 퍼블릭 액세스 탄압이 언론장악을 위한 시도라고 계속해서 경고했습니다.
그 다음 최은정 미디액트 연구원이 통합방송법 제정 후 10년 동안 발전하기는커녕 더욱 악화되고 있는 퍼블릭 액세스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최은정 연구원은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지원 예산은 나날이 줄어드는 반면 신설된 방송사 자부담 비율이 오히려 시청자의 방송 참여를 가로막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나마 4월부터 11월까지 방영되는 프로그램에만 지원이 이뤄져서 12월에 제작된 프로그램이 다음년도 봄에 방영되는 사태를 언급하면서 지원 기간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또 안정적인 시청자참여 보장을 위해 전문 편성 채널 지원을 주장했습니다.
▲ 2011.10.21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재미|시청자참여프로그램 지원정책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 세미나
토론 시간에는 두 발표자와 함께 성서공동체FM 대표이자 대구MBC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위원장인 정수경님과 이주영 시민방송 RTV 기획실장님이 참석하셨습니다. 퍼블릭 액세스랑 인사한지 얼마 안 된 저는 대구MBC에서 다들 TV를 틀기 시작하는 아침 7시에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이 방영되고(우와!) 시청률은 3%, 높게는 5%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은 시청률이 낮고 재미가 없다는 편견을 싹 가시게 해서 기뻤고요, 어떤 프로그램들이 방송되고 있는지 대구에 간다면 꼭 보고 싶어졌습니다.
이주영 RTV 기획실장님은 방송통신위원회가 강행한 PP공모제에 대해 분석하면서 6개 방송사로 분산되고, 그마저 나날이 줄어드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예산 지원 현황과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어느 날 집에서 RTV가 안 나와서 아예 사라져버린 줄 알았던 RTV가 아직은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반가웠던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토론회에 많은 인원이 참석하지는 못했는데요, 특히 저는 퍼블릭 액세스가 잘 정착했다는 익산에서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제작했던 분들의 얼굴은 보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다음에는 센터 스튜디오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하시는 분들과 인사를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에 올라와 그 날의 기억을 되새기며 다시 세미나 발제문을 읽으니 10년 동안 지역 곳곳에서 열심히 테이프를 들고 뛰어다닌 ‘이름 모를 시청자 제작자들’의 노력을 계속 넘어뜨리려는 정부 때문에 조금은 슬펐지만, 넘어져도 언제나 다시 일어나는 이름 모를 또 다른 시청자 제작자들이 있기에,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의 도전이 멈추지 않을 것이며, 저도 역시 퍼블릭 액세스 운동에서 제 역할을 찾는 노력을 그만두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
[필자소개] 준혁
기분에 따라 사람 사는 세상에 출몰했다 사라지는 보일랑 말랑한 뺀질이입니다. 좋아하는 활동은 열심히 하니까 걱정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