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일여고 특수학급 2학년 1학기 미디어교육 에세이
미디어 교육과 장애 교육의 접점에서
미디액트 미디어교육 교사
이진우
유난히 봄이 늦었다.
사월에 겨울옷을 꺼내 입고, 뒤늦게 꽃봉오리가 솟기 시작한 학교로 들어가던 기억이 난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어느새 한 학기 수업이 끝나고, 쉬엄쉬엄 수업을 결과물을 뒤적이며 되돌아본다.
참담하다.
다른 어떤 말로 부연 설명을 하기 힘들다.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란 지극히 한정적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교육의 방법, 혹은 수단으로서의 미디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그리 오래 전의 일이 아니다. 각 기관의 온, 오프라인 미디어 교육 강좌는 물론, 적잖은 책도 읽었다.
그럼에도 미디어 교육에 대해 아는 것이란 미미한 수준이다.
알수록 어렵고, 할수록 배워야 할 것들이 늘어났다.
‘이거 잘못 건드렸다.’ 후회도 많이 했다.
막막해서 손을 놓고 싶은 마음이 든 적도 있다.
그럼에도 아직 꾸역꾸역 배우러 다닌다.
교육을 생각하는 이상, 미디어를 빼놓고 갈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한때 매체 접근성을 중시한 관점에서 장애인, 노인,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미디어 교육이 성행하던 시기가 있었다. 대상별 특성화를 통해 맞춤 교육을 실시하여 미디어 소외계층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각종 지원이 집중되고 교재가 쏟아져 나왔다. 몇몇 기관의 지원금 소모 사업을 보면서 고개를 흔들면서도, 그 취지와 필요성을 생각하며 한 번 더 눈길이 가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렇게 ‘교육에서의 미디어’라는 개념에서 ‘미디어를 활용한 통합과 교육’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여러 수업을 담당하던 중에 명일여고와 미디액트가 협력하는 미디어 교육에 참여하게 되었다.
수업이 정해진 명일여고는 학년별 특수학급을 통해 이미 학생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별도의 공간과 전문 전담 선생님들이 수업을 기획, 진행하던 중에 미디어 교육에 관심을 갖고 미디액트와 협력 수업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2, 3학년으로 나누어 각각 한 명의 전담교사와 미디어교사가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 협력수업 방식을 채택한 점이 이색적이다.
교사간 충분한 협의가 없는 경우, 역할 분담이나 진행에 무리가 따르는 부작용이 있지만,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는 교사가 함께하는 수업의 장점은 충분히 매력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 2학년 전담이었던 이승미 선생님의 적극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어떤 수업이 되었을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되돌아 참담하다고 밝힌 점은 전적으로 내 부족함에 기인한 것이다.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박사 수면제도 있고, 학사 명강사도 있는 이유다.
그렇지만, 아직도 많은 것이 부족한 입장에서 많은 고민과 지식, 경험이 필요한 특수학급 교육에 선뜻 지원한 것은 너무 성급한 결정이 아니었나 싶다.
미디어 교육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를 차치하고서라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너무도 무지했기 때문이다. ‘열심히 배우려는 자세와 노력이 있다면 가능하지 않겠느냐?’ 하는게 지원 당시의 변론이었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참 가당찮은 자신감이었다. 게다가 정말 최선을 다하였느냐 하는 점을 세세하게 따지고 들다보면 ‘참담하다’는 말 밖에 다른 단어를 찾기 힘들다. 후회는 끝이 없고, 넋두리를 늘어놓자면 지면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한 학기가 끝난 지금이라도 물러나는게 옳을 지도 모른다.
때마침 정규직 추천도 들어왔다.
그런데 의외로 담담하고도 맹목적으로 2학기 수업을 고집했다.
내 잘못으로 아이들이 충분히 수업을 즐기지 못했다면 2학기에는 더 재미있는 수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오기 때문이다.
아니다.
그냥 한 학기를 함께 한 친구들과 계속 수업을 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다.
긴장감으로 전날 잠을 포기했던 매수업마다 열렬한 지지를 보여주고, 무슨 말인지 모를 활동지에 최대한 노력했던 다섯 명, 가사 시간에 만든 파전을 준비했다가 몇 번씩이나 다 먹었는지 확인하던 아이들과 좀 더 유익한 미디어 수업을 하고 싶은 내 욕심 때문이다.
그렇다면 괴롭더라도 지난 수업을 뜯어보고 잘못을 찾아야 한다. 분석하고 보완해야 한다.
하지만, 괴롭다.
괴로운 건 싫다.
따라서, 미룬다.
미루고 미룬다.
미디액트 교육담당자는 잔혹하다.
몇 번의 평가서와 몇 번의 보고서를 종용하더니 기어이 기고문까지 맡긴다.
할 말 없는 죄인이라 항명도 못한다.
기획 단계에서 전담교사와 미디어교사가 함께 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2학기에는 이런 점부터 수정하기로 했다. 수업 중간중간 잠을 자던 교사용 컴퓨터의 사양이 아쉽다. 이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평가지는 좀 더 간헐적이되 규칙적으로, 활동지는 좀 더 구체적이고 쉬운 용어로 학생들의 생각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만들어야겠다.
말은 쉬운데 하면서 얼마나 머리를 쥐어뜯을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머리를 쥐어뜯는 일이 적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하긴 부족한 점 가득한 인간이니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방법적 측면에서 대상에 따른 구분과 이해는 필요하지만,
교사의 입장에서 대상의 구분은 필요치 않음을 다시금 확인한 수업이었다.
수업을 하면, 항상 가르치는 것보다 배우는 게 더 많다.
언제쯤이면 배우는 것만큼이라도 가르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결과를 돌이켜보면 항상 참담하다.
그냥 씁쓸한 정도만 되어도 교사란 정말 할 만한 직업일텐데... 갈 길이 참 멀다.